초겨울 바람처럼 날카로운 새큼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낙엽은
져서 구르고, 푸른 잎을 다시 보자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시기이지만,
때로는 콧날이 살짝 시려오는 그 스산함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 계절의 코로 스며드는 찬 공기의 상쾌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Trilogy 1999는 완벽한 선택이다.
청명하고 화사함과 함께 완벽에 가까운 균형감으로 매력이 넘친다.
맑고 상쾌하며, 12년의 시간에도 완전히 젊은 모습이다.
그래도 겹겹이 쌓인 세월의
위력을 보여주는 이 와인만의 깊이가 있어서 더욱 사랑스럽다.
아직 가벼운 벽돌색을 띄기 시작할 뿐, 루비색이 훨씬 강하다.
훨씬 더 숙성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이럴 때면 항상 아, 한 병 더 있었으면 좋을 뻔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조금 강한 산도가 바람처럼 혀를 감싸 돈다.
다음 순간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게감과
타닌이 점막으로 스며드는데, 이 비할 데 없는 밸런스가 너무 상쾌하다.
질감은 지나치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평범한 캘리포니아 와인이 보여주는 투박하고 거친 무게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마치 고급스런 보르도 혹은 또스까나, 혹은 그 이상의 모습이다.
제비꽃, 베리향, 숲 향은 물론 예상한 대로이고, 동물향, 가죽향과 감초향도 느낄 수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석유향이다.
집중하지 않아도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석유향이 이 와인의
가장 독특한 면이다.
향은 빨리 사라지지 않고 수시간 동안 지속된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놓지기 아쉬운, 매력이 넘치는 와인이다.
C/S 50%, Merlot 29%, C/F 13%, Malbec 4%, Petit Verdot 4%
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