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국 단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산뜻하다. 긴 수식이나 비유가 없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으며, 건조하며 또렷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간결하다. 어떤 짧은 단편은 기승전결을 따질 것이 없을 정도로 단순 명료하다.
누군가는 이것을 <굳은 빵에 발라 놓은 버터>(최영미, 2001, 시 <대화 상자>중에서)같다고 했고,
다른 이는 <미니멀리즘>(현대
음악에서 말하는 미니멀리즘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이라고 하기도 한다.
특이한 그의 경력 역시 사람을 사로잡는다. 유명한 대학은 근처에 가 본적도 없고,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수 차례 받았으며, 두 번의 결혼, 두 번의 개인 파산을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에는 거의 빠짐없이
술이 등장한다. 밑바닥 인생이나 실업자의 생활도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차가운 쇠붙이가 살갗에 와 닿는 오싹함을 준다.
그가 바라보는 삶은 운명적이다. 삶이 주는 고통 역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삶을 이해하는 방법은 먼 발치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며, 삶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소통>이라고 믿는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 이
두 편의 소설은 그의 이런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다. 실제로 그 자신도 “이 두편의 소설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조하고 단순하다고 해서 감동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특히 <별 것 아닌 것…..>을 보면, 그의 소설이 주는 감동을 잘 느낄 수 있다. 말하자면, 그 느낌은, 흑백사진이 주는 힘과 유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단편과는 관계가 없지만,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 <숏 컷>도 카버의 소설이다. 아마 알트만의 건조한 연출 방법이 카버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인지,
냉소적이기도 하고 <까뮈>적이기도
한 두 사람의 스타일이 정말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