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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Tristes Tropiques, Claude Levi-Strauss, 1955)

조회 수 2371 추천 수 0 2014.10.08 11:51:38

슬픈열대.jpg



나 같은 철학 문외한에게 <슬픈 열대>의 장점은,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끌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이 유명한 저서는 철학적 깊이가 깊다고 해서 어려워야 한다는 선입견을 살짝 뛰어 넘는다. (대체로 푸코는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혼란스러워진다. 라깡은 쉬운 사실을 어렵게 서술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롤랑 바르뜨나 쟈끄 데리다는 아무리 짧은 글을 써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기행문 형식의 <슬픈 열대>는 그가 유람하는 뱃길과 그가 관찰한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둘러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문명은 과연 더 우월함을 의미하는가?
<
발달된 서구 문명>이 지니는 가치는 브라질 오지의 원주민들이 가지는 가치보다 더 큰 것일까?

스트로스는 문명화된 사람들이 역겨워 마다 않는 식인 풍습을 비롯하여, 갖가지 <야만스러워 보이는> 원주민들의 풍습들이 사실은 얼마나 정교하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지를 매우 자세한 관찰과 사유로 설명한다. <야만스런> 브라질의 부족들도 그들에 걸맞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사회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문명화된>인간이 정해둔 가치관이나 행복을 똑 같은 기준으로 그들에게 들이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문명화된> 사회를 자세히 해부해 보면, 이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인류학적 의미들과 동일한 부분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 스트로스의 주장이다. 모든 사회는 다를 수는 있어도,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만의 기준>이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는 면죄부는 아니지만,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볼 문제이기는 하다.

스트로스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면서 염세주의적 종교관을 일종의 해답으로 제시한다. 천국이나 지옥 같은 내세는 없으며, 모든 것이 로 환원되는 불교를 해결책의 예로 들고 있다. 어떤 하나의 가치를 내세우는 종교나 사회보다는 개인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치를 설명할 수 있는 형이상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현세는 종교가 사회, 경제를 잠식하고, 사회와 경제가 인간성을 속박하는 상태이다. 사회적으로는 불교가 제시하는 형이상학을, 경제적으로는 마르크시즘을 통해서 이러한 인간성 상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궁극적인 가치관을 제시한다. 다소 이상주의적인 소박함이 묻어있지만, 서구 문명이 가지고 있는 교만을 꾸짖음으로써 시대정신의 한 축을 이루었다는 것은 위대한 업적일 것이다.

형이상학적인 가치관을 통해 <야만은 없다>고 주장하는 이 위대한 철학자의 마지막 결론은 오히려 소박하기만 하다.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이 한마디를 곱씹어 보자.


   "인간의 본질은…….. 
인간의 어떤 작품보다도 더 아름다운 자연을 관조하는 것에서
또는 인간이 쓴 어떤 책들에서 보다 더 미묘하게 피어 오르는 백합꽃의 향기에서
또는 고양이와 나눌 수 있는 우리의 눈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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