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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예를 들면, 그의 저작 중 한 권을 머리를 싸매고 읽어도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 하는 지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철학적 체계를 이해하자면 <지식의 고고학>부터 <성의 역사>까지 여러 권의 책을 읽어야 하므로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세 사람의 구조주의자들 역시 난해하기로 말하자면 푸코에게 절대 뒤지지 않을 사람들이니 <쉽게 읽기>는 정말 반갑다.
결론을 말하자면 철학 문외한이 구조주의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은 대단히 훌륭하다.
철저히 쉽게 쓴 책이며, 쉬운 예를 들어서 그 알쏭달쏭한 바르트의 이론까지 한 입에 쏙 들어와서 녹아 내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단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종이 수 십장에 간추려 넣다 보니 다소 오해의 소지가 될 만한 부분도 있다. (사실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한 권이 이 책 전체 분량의 대여섯배가 된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라깡이다.
저자 역시 이 책으로 라깡 철학을 모두 표현할 수 없다는 데 솔직하게 동의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지면의 한계인지, 독자의 수준을 배려한 것인지 모르지만 라깡의 핵심을 벗어나 있어서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스럽다.
이 철학자들의 원서로 이만큼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자면 나의 경우 몇 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쉽고 안락하게 구조주의를 내게 이해시켜주다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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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The accidental superpower), Peter Zeihan, 2018 file

  • mar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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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 (Guns, germs, and steel), Jared Diamond, 1997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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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 라캉, 무의식에로의 초대 (2010, 김 석) file

  • marcus
  • 201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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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하여 (On human nature, Edward O. Wilson, 1976) file

  • marcus
  • 201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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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발표된 이 책은 당시로서는 놀랍고도 획기적이었다. 곤충학, 특히 사회성이 극도로 강한 개미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였던 에드워드 윌슨은 사회생물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의 삶을 보다 근원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하여 생각하는, 소위 통섭의 개념...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우치다 타츠무, 25011) file

  • marcus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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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Cathedral, Raymond Carver) file

  • marcus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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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 단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산뜻하다. 긴 수식이나 비유가 없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으며, 건조하며 또렷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간결하다. 어떤 짧은 단편은 기승전결을 따질 것이 없을 정도로 단...

도시의 승리 (Triumph of the City, Edward Glazer, ) file

  • marcus
  • 2014-10-31
  • 조회 수 3514

많은 사람들은 도시가 복잡하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도시가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선사하는 혜택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조영남이 <도시여 안녕>을 목놓아 부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것을 무슨 대단한 자랑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

슬픈 열대 (Tristes Tropiques, Claude Levi-Strauss, 1955) file

  • marcus
  •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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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철학 문외한에게 <슬픈 열대>의 장점은,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끌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이 유명한 저서는 철학적 깊이가 깊다고 해서 어려워야 한다는 선입견을 살짝 뛰어 넘는다. (대체로 푸코는 혼란스럽고, 라깡은 쉬운 말도 어렵게 하고, ...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2007) file

  • marcus
  • 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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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누구에게든 엄마라는 존재는 숨쉬는 공기와 같다. 엄마의 자리는 비어있을 때는 한없이 아쉽고 간절하지만, 차 있을 때 우리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 어느 순간, 매일 뜨고 지는 해가 어깨를 누르는 느낌이 들 때가 오면, 이제는 볼 수 없는 엄마를 향해 머리를 돌리는 것이 우리가 엄마를 인식하는 방법이...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Dee Brown 1970) file

  • marcus
  •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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