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예를 들면, 그의 저작 중 한 권을 머리를 싸매고 읽어도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 하는 지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철학적 체계를
이해하자면 <지식의 고고학>부터 <성의 역사>까지 여러 권의 책을 읽어야 하므로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세 사람의 구조주의자들 역시 난해하기로 말하자면 푸코에게 절대 뒤지지
않을 사람들이니 <쉽게 읽기>는 정말 반갑다.
결론을 말하자면 철학 문외한이 구조주의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은 대단히 훌륭하다.
철저히 쉽게 쓴 책이며, 쉬운 예를 들어서 그 알쏭달쏭한 바르트의
이론까지 한 입에 쏙 들어와서 녹아 내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단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종이 수 십장에 간추려 넣다 보니 다소 오해의 소지가 될 만한 부분도 있다. (사실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한 권이 이 책 전체 분량의 대여섯배가 된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라깡이다.
저자 역시 이 책으로 라깡 철학을
모두 표현할 수 없다는 데 솔직하게 동의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지면의 한계인지, 독자의 수준을 배려한 것인지 모르지만 라깡의 핵심을 벗어나 있어서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스럽다.
이 철학자들의 원서로 이만큼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자면 나의 경우 몇 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쉽고 안락하게 구조주의를 내게 이해시켜주다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