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식 결말이 아쉽지만
3시간의 러닝 타임이 지겹지 않다. 압도적인 우주의 영상미 때문에 이 영화는 볼만하다.
그런 아쉬운 점은 있지만 볼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그리고 한가지 더. 감독의 아이디어, 감독 동생의 물리학 공부, 그리고 진짜 뺨치는 컴퓨터 그래픽을 제쳐둔다면
이해하기 힘든 이론물리학적
현상들을 스크린에 표현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블랙홀의 모습은 상상 밖이며, 높은 차원에서 시공을 초월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인식시켜준다.
상대성이론도 재미있게 묘사했다.
지구 원주민 인간의 욕심과 한계에
대한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를 무시한다 해도,
우주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다.
그 사고 한계 밖의 세상에 대한 가시적인 표현은 이 영화가 처음인 듯 싶다.
그런 엄청난 소재에도 불구하고, 깊은
사색과 철학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지 못하는 것은 <인터스텔라>의
큰 약점이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이 주는 그 고즈넉한 철학적 반성을 이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다.
물리학의 불꽃놀이 속에서 감독이 부여잡고 놓지 않는 것은 인간성이었다.
아마도 압도적인 테크놀로지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조각배가 된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단세포 관객들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착륙한 행성으로 가야 한다는 아멜리아 박사의 결정은 비과학적이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든지,
쿠퍼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인류의 구원과 연결된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눈물은 나지만 황당하다.
물론 삶이 원래 황당한
것이기 때문에 <인터스텔라>는 인간적인 영화가
되었지만, 동시에 평범해졌다.
결국 스타일은 등심 스테이크가, 철학은 후추가 된 셈이다.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은 Matthew
McConaughey의 연기이다.
누가
이 우주비행사를 <Dallas Buyer’s Club>의
AIDS 환자였다고 믿을 수 있을까.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