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스틸 라이프 (Still Life, Uberto Pasolini, 2014)
우리는 아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기억해내고 애도한다.
여기 모르는 사람의 죽음까지 애도하고, 그의 좋은 기억만을 보존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조용하고 동화같은 영화는 의미 없을 듯한 죤 메이의 이런 일상과 업무를 아무 과장 없이 따라가면서
죽은 자에 대한 산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위인이든 악인이든, 삶은 하나의 거대한 서사이다.
그 안에는 예정된 죽음과 함께 기쁨과 슬픔, 분노와 좌절, 그리고 실패와 성공이 있다.
산 사람들이 죽은 자보다 더 유리한 점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은 자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그렇게 전해지는 서사들은 우리에게 쌓이고 쌓여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만든다.
죤 메이의 작업들은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서 손에 꼭 쥐어주는 것이다.
얼핏 따듯한 인간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성찰을 담고 있다.
어쩌면 죤 메이의 이런 이해하기 힘든 생각은 우리 누구나가 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피하고 싶을 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