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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모터스 (Holy Motors, Leos Carax 2012)

조회 수 3240 추천 수 0 2014.09.27 11:04:17

홀리모터스.jpg



오래 전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구별 못하던 소싯적, <뽕네프의 연인들>이란 영화를 보고 그 강렬한 이미지와 점프 컷함축과 생략의 아름다움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그 후 이 감독레오 까라가 언젠가는 대단한 영화를 만들고야 말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살아온 것이 벌써 어언 30년이다그 이후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서 느꼈던뭔가 2% 부족했던 느낌은 <홀리 모터스>가 세상이 나옴으로써 넘쳐나온 강물이 논밭을 쓸어가버리듯 깨끗이 정리된 기분이다

레오 까라가 한국에 와서 영화 상영 후 관객들과의 대화를 했는데한 관객이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어찌 천재와 범인의 대화가 가능하겠는가감독의 답변이 폐부를 찌른다. <그것은 당신이 느끼는 몫이다.>


<
홀리 모터스>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하나의 이야기하나의 주제 의식을 가진 <보통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영화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때의 상징과 은유가 있고오스카가 분장을 달리 할 때 마다 또 다른 의미가 있다감독이나 연기자의 고뇌를 느꼈다면 직접적이고 피상적인 접근을 한 것일 것이다석가의 가르침에 따르는 사람은 윤회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도 있고융 학파라면 페르소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오스카가 진실로 바라는 자신의 모습은 도대체 어느 것인지 관심을 가졌다면 당신은 라깡 추종자에 가깝고까뮈에 심취했다면 실재와 실존의 차이를 논할 수도 있을 것이다게다가 각 단락의 안에는 또 다른 여러 가지의 풍자와 은유가 있어서 영화 전체가 가질 수 있는 해석의 여지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그래서 <홀리 모터스>는 위대한 작품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 수 없고여기에 그의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상과 색채를 더하면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굳이 비교하자면 데이비드 린치 정도인데레오 까라의 영화는 린치만큼 기괴하거나 그로테스크 하지 않아서 접근성은 더 뛰어나다열 번을 보고 스무 번을 보아도 결코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영화라고 해서 당혹스러울 필요는 없다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수 십 번 들어도완전히 이해될 수 없는 아름다움만 느낄 수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족이지만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드니 라방의 성기가 노출되는 부분이 있다그 부분이 희미하게 처리가 되어있었다. 18세 이상의 성인 관람가로 등급을 부여하고서는 이런 식의 처리를 한다는 것은 성인 관객 모두를 어린애 취급하는 폭력이며 모독이다포르노가 아니라면 성기 노출은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것의 필요성에 대한 감독의 결단과배우의 고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그 장면을 위해서 그들이 어느 정도의 고통과 노력을 감수해야 했는지우리에게 멋대로 폭력을 행사한 그 분들은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뱀 대가리처럼 무의식 수면 위로 떠오르는 그 분들의 억압된 성욕에 대한 치기 어린 수치심을 그렇게 투사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을 수 없다그만큼 그 장면은 외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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