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빈티지가 2012년 Wine Spectator 선정 100대 와인 중 9위를 했던 그 와인의 2007버전이다.
많은 기대를 하고 열었는데, 안타깝게도 와인은 이미 한참 벽돌 색으로
변해있었다.
시큼하고 밍밍한 맛을 예상하며 한 모금 마신다. 당연히 최고의 상태는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낫다.
산도는 찌르는 듯 하지만 불쾌한 정도는 아니며, 무게감은 약해져 있지만
씹히는 느낌은 살아있다.
타닌도 아직 무너진 상태는 아니라서 위태로운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점을 지나서 내리막으로 한참 굴러 떨어지고 있는 상태인데,
강한
생명력이 빈사상태에 빠지는 것을 아직은 막고 있는 샘이다.
물론 길고 아름다운 피니쉬는 기대하기 힘들다.
블랙 베리 향은 약한 듯 살짝 느껴지고, 며칠 동안 잊고 놓아둔 자두, 산딸기, 딸기, 블랙
체리를 꺼내 든 듯 하다.
상큼한 신 맛 사이로 쵸컬릿, 담배나
차 느낌도 있고, 아늑한 단 맛도 느껴진다.
과숙성은 대체로 반갑지 않지만, 때로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준다.
농익은 베리 향은 잔 위로 공중제비를 돌 듯 올라오고, 감초 느낌, 카라멜 향이 대단히 또렷하고 매력적이다.
마치 비노 꼬또를 조금
묽게 만든 느낌이다.
늙는다는 것은 반드시 나빠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노를 삭이며, 눈물을 삼키며 자학
충동을 억누를 때는 오히려 이런 벽돌색 와인이 더 좋은 것 같다.
흠집이 많은 것들끼리는 이야기가 잘
통하니까.
WS 94p, RP 90p
DOCG BdM
14.5%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86p,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면 90p는 넘었을 듯.